어머니의 편지 시 이정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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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머니의 편지   시  이정자



여아 보아라

먼객지에니를보내노코이애미는마미안편타

바븐잘챙기묵고댕기는지여기는걱정마라농사일도바뿌고

정미소일도바빠서눈코떨새업다가치보내는돈은살며가마

파라서보내는거니애끼고공부열심히하거래이


자취방 친구들이 볼세라 얼른

구겨서 주먹 속에 감추었던


동경 유학을 하신 아버지의 박대에 이 악물고 가마솥 아궁이에

불 지피며 정지바닥에 엎드려 부지깽이 연필 삼아 깨우치셨다는,

누런 갱지에 내가 쓰다 버린 몽당연필에 침 묻혀서 

흐릿한 석유등잔불 심지 돋우며 끙끙대며 쓰셨을 

삐뚤빼뚤 사십 여 년 전 어머니가 보내 주신 편지


어쩌자고 

마른버짐 핀 저 눈밭의 

발가벗은 나무들 희롱하던 삭풍

회오리로 돌아 앙상한 

내 등줄기 속으로 파고드는가

오늘




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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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정자 시인
경남 합천 출생  숙명여대 상학과 졸업  1984년 미국 이주
1998년 "워싱턴문학" 신인상 수상  2002년 "문학시대" 등단
2010년 시집 - 사막에 핀 풀잎의 노래 - 발간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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